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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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X.Crisp――당신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칼럼
2025.01.27
원문  류청송은 FPX에서 항상 가장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FPX 창단 2주년을 축하하는 자리, 사회자 ‘캔디스’는 그에게 다른 팀원들과 코치진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네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히 말했다.  “그럴 가치가 없어요.”  모두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이렇게 의연한 얼굴로 입에서 향기를 내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같은 팀의 인기 선수인 도인비에 비해 류청송은 눈에 띄는 편이 아닐뿐더러 서포터라는 포지션 특성상 빛을 발하기도 쉽지 않다. 2019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도 LPL에서 가장 강한 서포터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류청송은 여전히 팀 동료인 도인비처럼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는 주로 그의 성격과..

FPX.milkyway——파리 구약성서

칼럼
2025.01.23
원문   2014년, 장시성 난창시.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그랜드마스터’ 계급 휘장은 한 소년의 흥분된 얼굴에 이채를 돌게 했다. 비록 아직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최고 계급인 ‘챌린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마스터’ 반열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적수가 드물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어디에서나 자랑하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그때의 소년은 뒤에서 자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절실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남동생이 이 빛줄기를 따라 그가 한 번도 발을 디뎌보지 못했던 아득한 곳에 발자취를 남기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10년 후.  2024 LPL 스프링 정규 시즌이 막을 내리며, 누구의 집에 각종 명예의 꽃이 지게 될지에 대한 설왕설래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단, ‘신인왕’만큼은 분분한 입들 속에서 ..

BLG.Elk――등반하는 자의 용기와 결심

칼럼
2024.10.29
원문  스위스 스테이지에서의 최후의 일전, BLG와 G2의 승부처, 벼랑 끝에 선 1번 시드는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완곡하게 상황을 끌고 가는 상대에게 엘크는 과감하게 전진해 1:4의 구도에서 두 명을 죽였다.  그리하야 BLG는 미드에서 3:3 교환을 끝으로 바론을 먹고 토너먼트로 진출하게 됐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구원’을 해낸 엘크는 동료들과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웃으며 축하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경쾌한 발걸음은 방금 협곡에서 화려하게 펼친 ‘비전 이동’과도 같았다. 그는 마치 “다른 게임에서는 보통 나처럼 잘생긴 사람이 주인공이야!”라고 외치는 이즈리얼 대사 속 주인공처럼 경기장 무대 한가운데 서있었다.  성장의 길 一路的成长   2019년 5월, 자오자하오(赵嘉豪)는 WE ..

WBG.Light――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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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원문  2023년 8월 8일, LPL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 마지막 날.  12벌의 새로운 검붉은 망토가 ‘시안 취장 스포츠 센터’ 무대 뒤편에 조용히 걸려 있었다. 그중 절반은 가슴팍에 WBG의 로고가 찍혀 있고 나머지 절반은 EDG의 것이었는데, LPL의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출정복이었다. 전사들이 입을 옷은 두 가지 도안이 있었는데, 하나는 나머지 세 시드 팀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운명이고 다른 하나는 영원히 먼지로 뒤덮일 운명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두 팀이 전력을 다해 승부를 펼치고 있으며, 2023 월드 챔피언십 진출권은 마지막 한 장만이 남은 채였다.  WBG는 2:1로 먼저 매치 포인트에 들어가 딱 한 경기만 더 이기면 가장 높은 경기장으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에 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