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ndre|데뷔 10주년 기념 웨이보

웨이보/공식
2025.01.17

ⓒNeverlandre

 

모두 안녕. 오늘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플랑드레야. 이런 말로 시작하는 건 마치 은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나는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 😁

이 웨이보를 올리게 된 이유는 오늘이 나의 데뷔 10주년이어서야. 🥰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는 인생에서 오늘 같은 날을 별로 와닿지 않는 척 얼렁뚱땅 멍하게 넘어가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만큼 10주년을 소중히 여길 형제, 자매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더듬더듬 적다가 이렇게 올리게 됐어. 쓰기 전에 오랜 시간 생각해봤는데, 모두의 응원에 정아팔경(正儿八经)으로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나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눈물을 흘려야 할지 고민됐거든. 그런데 결국 머릿속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질문 하나가 튀어나왔어.

※ 정아팔경(正儿八经):베이징 방언에서 주로 사용되는 관용구로, 어떠한 일을 할 때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을 묘사하는 데 사용함


“나는 어떻게 지금도 뛸 수 있는 거지?”

내가 끈기에 대해서 논하는 건 정말로 쑥스럽기 때문에 10년 동안 유일하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날 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8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를 날이 밝을 때까지 걷던 그날 밤, 나는 나 자신에게 계속 물었어.

“만약 내가 더는 출전할 수 없다면, 앞으로 이 직업을 이어가지 않는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답은 ‘아무것도’였어. 여러 해를 거쳐 지금까지도 나는 그날 밤처럼 막막했던 순간은 없었어. 몇 년 동안 Snake에서 뛰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는데, 마치 죽어가는 사람에게 주마등이 켜진 것과 같았어. 내가 거의 모든 걸 정리하고 이제는 ‘나’를 묻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옛 동료의 전화를 받았어.

같은 팀이든 다른 팀이든 현역이든 더는 경기를 뛰지 않든 하나씩 차례로 오랜 친구들의 전화를 받았어. ‘얘들아, 나 주마등에 있던 거 아니야? 왜 등 안에 있던 너희가 다 밖으로 나온 거야?’ 같은 느낌이 들었어. 이 친구들은 응원을 드러내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는데, 누구는 웃기고 누구는 현실적이었으며 누구는 위로하는 게 서툴러서 말이 없지만 내가 돈이 부족하다고 하면 바로 직접 돈을 보내줄 수도 있었지——나는 그중 당시 나의 동료였던 한 친구에게 특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

“나는 너와 함께 싸우고 싶지만 네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할 줄 아는 건 이 일밖에 없지만 너는 다르잖아. 너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니까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해.”

 

아마도 이 친구는 아직도 모를 거야. 이 말이 사실은 내가 그날 밤 줄곧 마음속으로 나에게 던졌던 의문에 대한 답이 되었다는 걸 말이야.

나중에 방에 돌아와서 팬들의 많은 편지를 읽었어. 나는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을 응원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어. “화이팅!”을 들을 때마다 단순히 ‘예의상’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되지.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오랫동안 냉정하게 생각한 끝에 결국 스스로를 믿고 더 노력해보기로 결정했어.

 

오늘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그날 밤의 나를 구원해준 친구, 도전(不甘), 자신감, 그리고 팬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이 모든 것이 바로 10년 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받쳐줬기 때문이야. 내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늘 그랬어.

※ 도전(不甘):직역하면 ‘의지 없음’이지만 정확히는 지지 않을 의지, 고립되지 않을 의지,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의지 등 실패에 대한 후회든 평범함에 대한 거부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도전정신을 함의함


비교적 어렸을 때, 나는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쓸모없다고 자조하는 게 습관이었던 동시에 정작 다른 사람에게 정말로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걸 두려워했어. ‘무용(没用)’은 바로 버림받을 것만 같았거든. 한동안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나를 의심하는 건 물론이고 랭겜도 아무리 돌려봤자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감이 들었어. 하지만 나중에 편지를 읽으면서 알게 됐어. 내가 랭겜을 할 때 팬들은 공부에 매진하고 타지살이를 하고 밤을 새가며 야근을 하고 있었고, 모두 내 랭겜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는 걸 말이야. 내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의 ‘유용(有用)’이 발휘되고 있던 거야.

이후에 나는 또 어떤 한마디를 보게 됐는데, “무용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유용이다(无用之用,方为大用)”라는 말이었어. 그렇다면, 쓸모없어 보이는 이 노력, 경험, 나이도 언젠가는 쓸모 있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10년 동안 나를 도와주고 포용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내가 HP가 부족할 때 나의 에너지가 되어줬어. 😆

또한, 나도 과거에 미숙한 부분이 많았지만 반성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듯이 모두가 자신의 마주하고 싶지 않은 면을 잘 끌어안아주면 좋겠어. ‘끈기’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면 필연적으로 ‘포기’를 말해야만 하는 것처럼, 자신의 연약함을 직시해야만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언제든지 태연자약한 자세로 결말을 맞이해야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나는 준비됐어.

(부족한 글을 다듬을 수 있게 도와준 친구들 고마워. 10년에 한 번 오는 날, 내 필력은 한계가 있지만 모두에게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

 

 

 

@AL:여러분의 선물은 샤오쥔이 시간을 내서 직접 쌌어요🩷

“ps:며칠 전에 팀에서 오늘 행사가 있을 거라고 하길래 나눠주려고 음료(커피는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초콜릿,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샀어. 이걸로 다들 각자 삶 속의 아름다움을 남기면 좋겠어. (플래시 켜는 거 잊지 말고!)
음료는 내가 쉬는 날 갔던 상해의 ‘드림웍스(梦工坊)’ 카페와 ‘Lilitime’ 카페에서 정한 거야. 이 가게의 직원들은 청각장애나 지체장애로 인해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없고 오프라인에서도 QR코드 주문을 설치하지 않았어. 손님들이 직원들과 많이 소통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건데, 음료도 굉장히 잘 만드니까 사회에 잘 융합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