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G.Elk――등반하는 자의 용기와 결심

칼럼
2024.10.29

원문

 

 스위스 스테이지에서의 최후의 일전, BLG와 G2의 승부처, 벼랑 끝에 선 1번 시드는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완곡하게 상황을 끌고 가는 상대에게 엘크는 과감하게 전진해 1:4의 구도에서 두 명을 죽였다.

 

 그리하야 BLG는 미드에서 3:3 교환을 끝으로 바론을 먹고 토너먼트로 진출하게 됐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구원’을 해낸 엘크는 동료들과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웃으며 축하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경쾌한 발걸음은 방금 협곡에서 화려하게 펼친 ‘비전 이동’과도 같았다. 그는 마치 “다른 게임에서는 보통 나처럼 잘생긴 사람이 주인공이야!”라고 외치는 이즈리얼 대사 속 주인공처럼 경기장 무대 한가운데 서있었다.

 

 

성장의 길 一路的成长

 

 

 2019년 5월, 자오자하오(赵嘉豪)는 WE 팀에서 ‘Jiumeng’이라는 이름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그에게 따라붙은 수식어는 ‘이스포츠 설지겸(电竞薛之谦)’, ‘WE AD 비주얼력’ 뿐이었다.

※ 설지겸(薛之谦):중국의 가수 겸 영화배우로, 엘크와 닮은 꼴이어서 생긴 수식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자신만의 힘으로 더 많은 관심을 얻었고, 2020년 LPL 서머 시즌에서는 뛰어난 활약으로 최고의 신인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2021년, ‘Elk’로 바뀐 선수명이 LPL 무대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WE는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했고, 월즈를 겨냥했던 라인업은 선발전의 기회를 위해 앉아서 아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하늘은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 네 차례의 연속된 BO5는 한 편의 희극처럼 패배하여 결국 WE가 월즈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했다. 이후 선수단은 무너지게 되었고, 저마다 잠재력을 지닌 신예들은 다른 팀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WE가 온 하늘에 흩뿌려진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랐던 엘크의 소망처럼 다섯 사람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갔다.

 

 UP로 이적한 엘크는 대중의 눈에 충분히 부진하게 보일 수 있는 한 해를 보냈다. 다행히 이스포츠의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의 소멸’은 일어나지 않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역시 그의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BLG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그의 곁에는 지금도 함께 꿈을 좇는 몇 명의 동료가 나타난다. 새로운 팀에서 엘크는 더 중대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결승에 진출했다.

 드디어 모든 고난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인생은 때로는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한계가 없을 수도 있는 드넓은 광야와도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일관된 노력뿐이다.

 엘크가 그의 광야에서 어디쯤에 있는지는 자오자하오 자신만이 알고 있다.

 

 

황금의 마음 金子般的心

 

 

 2024년 LPL 스프링 시즌 우승 당시, 엘크는 “BLG에서의 첫 우승이지만, 마지막 우승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무명의 세월을 지나 LPL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2관왕을 달성했고, 2년 연속 MSI 결승에 오르기도 했으며, 2024년 스프링 결승전의 FMVP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움직임으로 스스로 최고의 AD 선수이자 산을 오르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해냈다.

  LPL 우승 인터뷰에서, 엘크는 지난 몇 년 동안 멈추지 않은 자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는 항상 노력하던 저에게 고맙다고 말하겠습니다. 예전의 저는 정말 용기 있었고, 계속 노력하기를 원한다고 느꼈습니다. 스스로 완벽해질 수 있도록 늘 저를 개선하고 보완해서,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나 기회를 기다립니다. 작년에도 많은 경기를 치렀는데, 올해나 앞으로도 계속 최고의 선수가 되어 많은 대회에 참가하고 많은 우승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나긴 끈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높은 산에 뜻을 두는 것뿐이다. 숱한 ‘공백’의 과거 속에서 엘크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중요한 과정을 경험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에게 속하는 ‘결과’를 갖게 될 것이다.

 몇 번이나 제련되더라도 금은 항상 금으로 남는다.

 

 

등반하는 자의 결심 登山者的决心

 

 

세계 챔피언과 자신의 꿈을 꿋꿋이 좇는 것처럼 보이는 길에도 방황, 망설임, 자기부정의 순간이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JDG를 상대로 한 끝이 없는 패배는 당시 BLG에게 조롱의 의미를 지닌 ‘맹획(孟获)’이라는 별칭을 얻게 했다. 월즈 역시 4강에 머물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고, 2024년 MSI의 결승전은 아쉽게 우승컵을 놓치게 되었다.

※ 맹획(孟获):《삼국지》에서 유래된 성어 ‘七纵七擒(칠종칠금; 제갈량이 맹획을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놓아주고 진정한 항복을 받아내다)’에서 비롯

 

 그리고 엘크는 이러한 실재적인 과거를 회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냉철하고 고통스럽게 짊어지고 계속해서 걸어간다.
 

 만약 산봉우리가 항상 당신이 꿈꿔왔던 것이고 당신이 되고 싶은 것이라면,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그 정상은 더없이 소중하고, 이렇게 사람이 동경하게 할 수 있으며,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비할 데 없이 높다.

 

 엘크는 알고 있다. 몇 번이나 어둠에 빠지게 되었더라도 그들 중 누구도 포기를 말한 적 없다는 것을.

 

 한 번 한 번의 승리는 종점이 없지만, 실패의 그림자는 언제나 따르기 마련이다. 엘크는 이것이 이스포츠 세계의 일상이라는 것을 서서히 받아들였다.

 과거에 그는 항상 동료들을 위해 팀의 여론의 압력을 짊어지고자 빗장을 풀고 나서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심판되는지는 개의치 않기 시작했고, 엘크는 여론보다는 자신의 발전이나 어떻게 해야 자신이 할 일을 잘하고 팀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했다.

 최근 1년 동안 그의 마음가짐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동료의 실수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팀의 중요한 책임을 짊어질 용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경기에서 엘크의 플레이가 점점 더 안정되어간다는 것을 볼 수 있고, 나쁜 상황에서도 한타로 뒤집을 희망이 존재한다.

 엘크가 원하는 것은 냉정함을 배우는 것이고, 동료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고, 자신의 포지션에서 잘 발휘하는 동시에 팀을 위해서 많은 걸 해줄 수 있는 AD가 되는 것이다.

 이 엘크와 BLG는 아무리 험난한 고비가 찾아와도 이전의 경험에서 기인한 용기와 결심으로 여전히 돌파해낼 수 있다.

 

 파리의 마르스 광장에서 에펠탑의 가장 높은 지점을 목격하고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어디에서 어디로 왔는지 깨달았고, 시선을 무대 아래 수많은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눈앞에 펼쳐질 모든 경기에서, 평온하던 마음은 격동되어 심장이 쿵쿵 뛰면서 마치 막이 올랐을 때의 북소리와 같았다.

 “어느 순간의 가치는 때로는 그 순간이 내게 영원으로 남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오자하오는 인생의 모든 선택과 노력이 그 결정적인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은 자신만의 순간이 반드시 영원으로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때, 망설임 없이 잡아낼 것이다.